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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벳

바나나맛우유


1970년대 초 박정희 정부는 국민 건강 정책의 일환으로 서독에서 젖소 200마리를 받아 한국에서 우유 생산을 시작했고, 학교에서도 우유 급식을 시작하여 우유 생산과 소비를 장려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한국 요리에는 우유와 유제품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당시의 한국인들은 심리적으로나 체질적으로나 흰 우유에 대한 거부반응이 컸다. 허연 우유의 모습과 그 맛이 영 익숙하지 않았고 유당불내증 때문에 탈이 자주 났던 것이다. 이에 박정희 정부는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우유를 개발하라'라는 명을 내린다.



당시 한국화약그룹의 자회사였던 대일유업은 당시 수입 제한 품목이라 귀했던 과일인 바나나[1]를 넣어 온 국민에게 바나나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영양 간식으로 바나나맛우유를 기획했다. 또한 차별화를 위해 포장 용기도 유리병과 비닐 팩이 아닌 폴리스티렌을 이용하기로 한다. 출시되자마자 바나나맛 우유는 가공유 판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1990년대 바나나가 수입 제한 품목에서 해제되고 다양한 종류의 가공유가 출시되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선택의 기로에서 빙그레는 전통을 고수해 원형 패키지 디자인을 고수하는 선택지를 취했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바나나맛 우유의 장기 흥행의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바나나맛 우유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디자인 기조와 맛의 원점을 잃지 않은 장수 제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잠시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바나나맛 우유는 불티나게 팔려나가, 오랫동안 빙그레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1998년에는 단일제품으로 3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2001년에는 이것이 두 배로 뛰었다. 가공유 제품으로는 사상 최초로 연 매출 1,000억 원을 기록한 것도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였다. 더 이상의 성장이 없을 것만 같았던 2018년에는 이조차도 넘어 수출 포함 연 2,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바나나맛 우유는 전체 가공유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상술했듯 바나나가 귀한 시절에 기획된 식품이니만큼 바나나는 전혀 들어있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름도 바나나 우유인 것. 당시 식품등의 표시기준에서는 합성착상료를 사용했을 경우 바나나 우유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으므로 그 법률을 피해가기 위해 바나나맛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이다. 이는 다른 제품들도 똑같아서 커피나 초코같이 넣기 쉬운 것들은 그대로 넣어 커피 우유나 초코 우유로, 딸기나 바나나처럼 넣기 어려운 것들은 딸기맛 우유나 바나나맛 우유 식으로 등록한 것이다.



하지만 2009년 법이 개정되어 이제는 ~맛 우유라는 명칭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우유는 농림식품부 관할이라 아직 적용 대상이 아니었고, 그 사이 빙그레는 바나나 과즙을 넣으면서도 맛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시제품을 백 여개나 만드는 노력을 했다. 그리고 2010년 4월 바나나 과즙 1%를 첨가하면서 이름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덜 넣어도, 더 넣어도 그 때 맛이 안 난다고 하는데, 만약 이게 실패했다면 제품 명이 바나나향우유(합성 바나나향 첨가)가 되었을 것이다.



하여튼 진짜 바나나랑은 거리가 있는 맛이지만, 오히려 그 거리가 있는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라면으로 따지면 짜파게티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매일유업이 진짜 바나나가 들어갔다고 강조하는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를 내놓았고 아주 잠깐 점유율을 앞서기도 했지만 바나나맛 우유의 위상은 뛰어넘지 못했다. 오히려 바나나 특유의 텁텁한 맛 때문에 바나나맛 우유는 좋아하면서도 이건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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